2022-06-21 17:29  |  범죄심리

“‘브로커’는 영화가 아닌 현실” 영아 유기, 정부 지원 시급

“‘브로커’는 영화가 아닌 현실” 영아 유기, 정부 지원 시급


지난 6월 8일 개봉한 영화 ‘브로커’는 낙태와 더불어 ‘입양’, ‘유기’를 키워드로 한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열악한 한국의 입양과 유기의 현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입양특례법, 부모에게는 오히려 부담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입양아동은 41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11년 2464명과 비교했을 때 약 10년 만에 20% 이상 감소했다. 입양아동이 줄어드는 이유는 입양을 보내는 과정에서 부모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2년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국내 입양 활성화라는 목표와 달리 입양률 하락의 결과를 불러왔다.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아이를 입양 보내기 위해서는 출산 1개월 이내에 친부모가 실명으로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양육 포기에 동의한 뒤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는 것이 절차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는 미혼모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에 남은 혼외 자녀 출생 기록으로 인해 입양 과정에서 인적사항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결국 실명 기재 등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부모가 입양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입양 포기는 곧 영아 유기

아이를 책임질 수 없는 부모들의 입양 포기는 유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많은 아이의 엄마들이 청소년 임신, 혼외 임신, 근친상간 등으로 출생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를 유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출생기록에 부담을 느낀 미혼모들이 영아 입양을 꺼려 유기하거나 베이비박스를 찾는 사례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위기아동보호상담센터의 베이비박스 보호 영아 수는 2011년 35명, 2012년 79명에서 2013년 252명으로 급증한 뒤 2018년까지 2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이후부터 보호 영아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미혼모를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때

현재 한국의 베이비박스 운영과 임신, 출산관련 정부의 지원이 미비한 수준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아동을 보호하는 베이비박스 운영 센터는 허가받지 않은 ‘불법 시설’이라는 이유로 지자체 지원을 받지 못한다. 센터 측에서 정부에 임신·출산 위기에 놓인 여성들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2인 가구 기준 만 25세 이상 한부모 가족이 양육비, 학용품비, 생활보조금 지원을 받으려면 매월 소득이 중위소득의 52% 미만이어야 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최저임금만 받아도 생활비 보조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입양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유기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호출산제’가 제시됐다. 보호출산제는 출생신고 부담 없이 아이가 태어난 날짜, 장소 등만 쓰고 산모 이름은 가명 등으로 쓸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체코, 독일 등에서는 산모가 원하면 신상정보 노출 없이 비밀 출산이 가능하며 법원 판결에 의해서만 정보를 열어볼 수 있도록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영아 유기 방지와 입양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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