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8 21:39  |  경제

美, 무리한 목표 내건 '반도체지원법'에 비판 쏟아져...

지난달 조지타운대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연설하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그는 케네디 정부의 문샷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무부 홈페이지
지난달 조지타운대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연설하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그는 케네디 정부의 문샷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무부 홈페이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가 미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대신 중국에 대한 투자를 멈추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반도체지원법’ 세부조항을 발표한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수혜 당사자인 미국 내에서 뿐 아니라 대만, 유럽 등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는 "해도 너무하다”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이란,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총 390억달러(약 51조원)의 보조금을 지원 하는 대신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예상 초과 이익 공유, 10년간 중국 투자 금지하즌 법이다. 이에 대해
미국이 경제적 목표 뿐 아니라 국내 정치 이슈 등 너무 많은 목표를 내걸면서 정작 정책 성공의 가능성을 위태롭게 한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미국 중심의 동맹체제 강화라는 전략적 목적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 속에 반도체법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英, '美 반도체법' 에 "이도저도 안되는 결과 될 수 있다" 비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미국 반도체법이 크리스마스 트리 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 반도체법이 너무 많은 목표를 달성하려다 도리어 이도저도 안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이라는 초기 정책 목표에 노동, 인력, 보육, 지자체, 내수경기 등 다양한 정책 과정을 추가해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의미다.



FT는 “모든 이익 단체에 ‘싸구려 선물’을 뿌려주는 ‘크리스마스 트리’ 같다”고 표현했다.



신문은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10년 간 중국과 기술협력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금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 쓰지 못하게 하고 노동자들을 위한 보육센터를 갖추도록 하는 조건을 포함했다고 거론하며 “백악관이 지나치게 많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 안보를 내세워 산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 잇따라...

수혜자인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미국 유명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도 세계 정복자가 되기는 커녕, 파산에 이르렀고 더 많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야 했다”면서 “수십만명을 고용하고 지역 경제가 의존하는 반도체 팹 공장의 경우 경쟁력이 없더라도 문을 닫을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보조금을 끊임없이 제공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미국의 동맹국들은 기업들의 투자를 확보하기 위해 보조금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고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될 것”이라며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여러 부문에 있어 전략적 투자를 고려해야 하는 시기에 이는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동맹국을 희생시키면 미국 내 소비자에게 반도체 공급을 보장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위기를 연장시키고 세계 경제에 더 큰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정가, 바이든 정부 2024 대선 겨냥한 '정치적 목적이 다분한 행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하고 있다. [A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하고 있다. [AP]

미 정가는 바이든 정부가 표를 의식해 보육, 노동, 고용 기준 등 민주당의 다양한 진보 정책을 끼워 넣어 법이 누더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2024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민주당 하원의원 연찬회에서 반도체지원법을 주요 입법 성과로 자랑하며 “이 법의 시행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미국 국민이 투자 혜택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분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보조금 중심의 산업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는 것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이 중간선거 참패를 막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업체 네비게이터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등록 유권자의 65%가 IRA 법을 지지했다. 특히 민주당원의 64%,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63%가 IRA의 통과로 인해 투표를 해야 할 동기를 더 강하게 느꼈다고 밝혔다.



하지만 IRA나 반도체지원법처럼 정치적 고려가 포함된 산업정책이 결국엔 미국에 독이 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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