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6 11:06  |  정치

학폭 피해 고교생, 극단적 선택...유서 “이 나라는 가해자 편이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 해당사진은 본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출처: 픽사베이 / 해당사진은 본 내용과 관련없음


충남 천안에서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남기고 사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5일 고(故) 김상연(18)군 유족 등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 11일 오후 7시 15분쯤 충남 천안시 동남구 한 다세대주택 자신의 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 김군은 1시간 40여분 뒤 숨을 거뒀다.

숨진 김군의 방에서는 학교폭력 피해 내용이 담긴 수첩과 유서 형식의 내용이 담긴 A4 용지 1장이 발견됐다.

김군은 유서에서 "학교폭력을 당해 보니 왜 아무한테도 얘기할 수 없는지 알 것 같다. 이 나라는 가해자 편이니까. 피해자가 되어봤자 힘든 건 자신뿐"이라며 "내 꿈, 내가 하는 행동 모든 걸 부정당하니 온 세상이 나보고 그냥 죽으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너희들 소원대로 죽어줄게"라고 적었다.

김군이 남긴 수첩에는 “담임선생님과 상담 중 학폭 이야기가 나왔지만, 선생님은 나를 다시 부르지 않았다. 선생님이 부모님께 신고하지 못하게 겁을 준 것 같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숨진 학생이 2차례 정도 상담교사와 면담을 했지만 학교폭력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천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폭력)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이 요청이 있을 때 묵살하거나 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거든요."라고 답했다.

유족측은 지난 12일 담임교사와 동급생 등 8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김 군의 휴대전화와 수첩 등을 토대로 학교폭력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담임 교사와 유서에 언급된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폭력과 신고 묵인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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